나의 이야기

다녀왔습니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10. 20. 11:15

 

 



다녀왔습니다

 


만경대를 오르고 만물상을 지나서 넘어간 주문진항에서

멈춘 페리호에 오줌발 날리고
회 한사라에 매운탕 끓여놓고 밤바다를 보고 왔다
언제 다시 오리오마는 그래도 다시 오마하며 돌아섰지요


몸을 혹사시키고 나서
몸져누웠다
능력 밖의 일들을 하고 나면
몸이 눕는다
정신력의 한계는 없다지만
그러다 정신줄마저 놓게 되면
아디오스 파라다이스ᆢ

세월의 어디쯤 내가 있다
떠나온 길이 너무 멀어 돌아갈 엄두가 안 나서
자꾸 뒤를 돌아본다
청려장 한 자루로 버티는 세상이 오면 몸도 가벼워 지리라
그렇게 하늘로 날아올라 새가 되고
그렇게 세상을 내려보게 되는 신통력이 생긴다

어제는 높은 산에 올랐다
가을빛이 간신히 산 허리에 걸려있다
계곡 물소리가 차고 바람소리도 서늘하다
바위에 앉아 탁족을 했다
뼛속까지 얼어 들어가는 느낌으로 한동안 발을 담갔다
그렇게 몸을 식히고 내려왔다

앞으로 높은 산을 몇 번 더 오를 수 있을지 가늠한다
역부족이다

천불동, 공릉 능선을 타는 김氏가 마냥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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