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도도새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12. 4. 01:13

 

 

 


도도새

 


안산(鞍山)에 가면 귀가 큰 여자가 있다
새처럼 지저귀고
도도새처럼 도도한 여자가 있다

지금은 멸종된 새
인도양 모리셔스 섬에 살던 새
날개가 필요 없던 새
사백 오십 년 전에 사라진 새

새 닮은 여자
귀가 만지고 싶어서
안산에 간다
그 여자의 사라진 귀를 만지러
간다

끝없이 사랑하지 않으면 불안한 남자가 도도새를 만나러 간다
사랑받지도 못하면서
늘 사랑에 빠져 사는 남자가
귀 큰 여자 귀를 만지러 간다

안산에 가면 메타쉐콰이어 숲길이 있다
그 숲길에 도도새도 살고
귀 큰 여자도 있다
그 귀를 만지고 싶어서 간다

귀 큰 여자는 인자하고 풍요로워 보여서 좋다
부처님 닮아서 좋다
도도새도 좋다

우리는
소중한 것 부터 사랑해야 한다
소중한 것은 먼저 떠나 버리기 일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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