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새
안산(鞍山)에 가면 귀가 큰 여자가 있다
새처럼 지저귀고
도도새처럼 도도한 여자가 있다
지금은 멸종된 새
인도양 모리셔스 섬에 살던 새
날개가 필요 없던 새
사백 오십 년 전에 사라진 새
새 닮은 여자
귀가 만지고 싶어서
안산에 간다
그 여자의 사라진 귀를 만지러
간다
끝없이 사랑하지 않으면 불안한 남자가 도도새를 만나러 간다
사랑받지도 못하면서
늘 사랑에 빠져 사는 남자가
귀 큰 여자 귀를 만지러 간다
안산에 가면 메타쉐콰이어 숲길이 있다
그 숲길에 도도새도 살고
귀 큰 여자도 있다
그 귀를 만지고 싶어서 간다
귀 큰 여자는 인자하고 풍요로워 보여서 좋다
부처님 닮아서 좋다
도도새도 좋다
우리는
소중한 것 부터 사랑해야 한다
소중한 것은 먼저 떠나 버리기 일쑤니까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고 싶은 사람 있다 (0) | 2021.12.07 |
---|---|
내 마음의 온도는 0도 입니다 (0) | 2021.12.05 |
새해 달력을 벽에 걸었다 (0) | 2021.12.03 |
영미 씨의 사는 법 (0) | 2021.12.01 |
사치스러운 아침 (0) | 2021.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