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익는 계절
바람결 따라 보리가 익는다
보리 내음이 구수하다
보리밭 속으로 숨으면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옛날에는 연인들의 밀애 장소이기도 했다
내게는 숨바꼭질 장소였으나
보리고추장이 익으면
보리밥에 열무김치 넣고 양푼에 써억 써억 비벼서
들기름 한 숟가락 떨구면
구수하고 고소하고 정말 맛이 일품이었다
이젠 보리밭 보기도 힘든 세상이다
잘 먹고 잘 사니 보리쌀은 전문점에서나 간혹 대할 수 있는 곡식이 됐다
입 안에서 와글와글 겉돌던 보리밥을 나는 먹질 못했다
어렵던 시절 사촌들은 그 밥을 오봉으로 먹고도 입 맛을 다셨다
청산도에나 가면 보려나
바람결에 날리는 보리밭의 향연을
보리가 익어가듯
사람들도 익어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