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눈먼 자들의 고향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2. 8. 3.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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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고향

가랑잎 같은 사람
보슬비 같은 사람
늘 땅만 보고 걷는 사람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는 사람
창가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는 사람
뒤를 돌아보지 못하는 사람

가을은 초대받지 못한 사람의 계절이다
절절하기는커녕 팍팍하기만 한
날을 세우고 달려드는 적요의 햇살
산 그림자 기울면 수장된 마을에 저녁연기 피어오른다

세상에 샤갈의 마을이 있을까
악의 꽃이 피어날 때
야수들의 축제 그 붉은 잔을 들어라
최승자와 김혜순의 생일을 누가 아는가
앞이 안 보여 그리운 
눈먼 자들의 마을

여기는 글로 숨진 자들의 고향 
아무도 모르는 열락의 끄트머리 그리고 귀퉁이
모서리마다 흰 꽃이 피었다
수영아 거기서는 글이 돼느냐
애초에 없는 글을 왜 애타게 찾으려 하는지

나도 초대받지 못하는 빙신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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