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어떤 避暑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2. 8. 4.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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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는
더위를 피해 오신 피서객들로 만원이다
김승옥의 대표中短編選선을 골라 들고 빈 좌석을 이리저리 찾는다
물론 만석이라 엉덩이 붙일 자리가 있을 리 만무하다
어렵사리 서고 속 구석탱이에 앉은뱅이 의자를 발견하고 가져온 짐을 풀고 앉았다 
짐이란 물병 하나, 햇볕가리개 양산, 색안경, 중절모가 다다
도서관만큼 에어컨이 빵빵한 데는 없으므로 이 삼복더위에 피서처로 책도 읽고 시간을 보내는 데는 더할 나위가 없다
조용한 적막 속에 송풍기 소리만 고요하다

며칠간 비가 오다 개고 또 비가 오고 개고를 반복하는 중이다
습도가 구십을 넘으니 찜통 더위로 심신이 지치고 피로하다
종일 울어대는 매미의 구애 소리도 소음이다
참고 견디면서 입추를 기다린다

여름휴가가 절정이다
사람들은 이 더위에도 휴가는 가야 한다
제주도로 강원도로 피서를 떠나지만 피서가 만만치 않다
고물가에 바가지요금에 진통을 겪는다
그래도 가야 하는 게 여름휴가다
나는 일찌감치 휴가 겸 섬으로 벽화 그리러 다녀왔다

두어 시간 도서관 찬 공기를 즐기다 천변으로 내려왔다
그동안 내린 비로 물이 불어나 천변 수위가 꽉 찼다
세차게 흘러가는 물줄기  따라 왕복 두 시간을 걸었다
더웠지만 시원했다
이렇게 오늘 피서도 끝났다

다시 내일 폭염에 또 다른 대책을 고민해야지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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