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이 사치인 날이 온다
가장 온순하고 아름답고 봄비 같은 감정이
석회화되고 문신이 되는 날
사랑이 떠나갔다는 걸
알게 된다
사랑이 사치스러웠던 날이 있었던가
롤스로이 보다 더 화려한 차를 타고
고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때
노을이 우리보다 아름다웠을까
그저 우리 사랑의 배경일뿐이었을까
사치였다
잠깐 스치고 지나간 어느 여름밤의 꿈처럼 바람이었다
누구나 겪는 성장통처럼 오른쪽 어깨에 새긴 문신은 바래고 지워져 간다
근육이 빠지고
뼈에 슝슝 바람이 드나들고
무릎이 주저앉는 날
붉은 꽃이 핀다
왜 저리도 꽃이 붉은 지
나는 안다
사랑은 결국
머물지 못하고
그저 사라져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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