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돈의 바다에서
옥빛 같은 시 한 편을 찾았을 때 기쁘다
타락한 세상에서 윤슬처럼 빛나는 시 한 줄을 만났을 때 환호한다
인간이 밥만 먹고살 순 없다
이슬도 먹고
노을도 먹고
바람도 먹고살아야 한다
시는 영혼의 양식이다
괴물이든, 학자든, 사기꾼이든 상관없다
시집 한 권 옆구리에 끼고 살자
새벽녘 잠에서 깨어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라
거기 내가 걸어온 삶이 사초처럼 걸려 있으니
그 여름 나는 절망하지 않았다
붉은 백일홍이 필 때까지 숨죽여 시를 썼다
오늘도 걷는 길이 시처럼
그 여름 백일홍처럼
부디
안온 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