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꽃들이 앞 다투며
꽃을 피워내는 이유가 뭘까
잎이 나기도 전에
꽃부터 피워내는 이것들은 뭘까
마음이 앞서 남들보다 먼저 피려고 아우성치는 이것은 욕망이다
목련, 개나리, 산수유, 생강나무가 그렇다
교동도 해변
옹골찬 몸뚱이로 펄쩍거리는 숭어 떼는 힘이 변강쇠 닮았다
겨우내 눌러 놓았던 욕정이 활화산처럼 터지고 있다
봄은 욕망의 계절이다
저 먼 사량도에도
꽃들이 만발해서 죽을 지경이라는 파발이 당도했다
보름도에는 아직 진달래 봉우리도 영글지 못했는데
남도와 휴전선의 봄은 다르다
사람들은 꽃구경하러 지금 남쪽으로 몰려가는 중이다
숭어회 한 점을 입에 넣자
뻘 냄새가 입안 가득 번진다
갯벌을 먹고사는 놈이라 뻘 향기가 가득하다
탱탱한 살집이 옹녀의 허벅지를 닮았다
꼬들꼬들한 살점이 입안에서 녹는다
겨우내 힘을 비축한 숭어 철이다
내 시든 몸은 갈피를 잡지 못한다
꽃 피고 숭어 떼 노는 봄날에
온몸이 쑤시고 아프다
나에게 봄은 나른하고 피곤할 뿐이다
봄 나들이는 그림에 떡이고
신열에 몸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아우성치던 꽃들은 곧 질게다
비에 떨군 꽃잎들은 처참해질 것이다
그렇게 꽃 잔치가 끝나면 매미가 울 것이다
화무는 그렇게 십일홍이다
벚꽃 터널에서
홀연히 걸어오는 너를 본다
그리고 이내 사라지는 너도 본다
봄은 몸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