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獨專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7. 11. 00:13



나를 마시고
당신을 마십니다
신의 음료입니다
세상의 온갖 시름과 雜事를 잊게 해 주죠

독주는 사약입니다
몸을 서서히 망가뜨립니다
그러나 때론 독을 물리치기도 합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사람을 살리기도 합니다

술을 마십니다
이유는 없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아끼던 술병을 열었습니다
아라비아에서 낙타를 타고 온 40년 된 코냑입니다

수십 년 끊었던 마약 같은 담배도 한 대 피워 물었습니다
독한 연기가 머리를 풀고 당신에게 달려갑니다
'버지니아 슈퍼슬림 블루'는 당신의 이름입니다
어지러운 몸이 사시나무처럼 흔들립니다

나를 분쇄하고
당신을 허물어버린 독주를 마십니다
헐거워져 주져 앉을 세월입니다만
독전(獨專)을 원 합니다

오늘을 살게 한 당신을 위해
마십니다
그대에게 가고 싶어서 마십니다
헐거워지면 행여 당신에게 닿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마십니다

낙타가 사막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시  (0) 2024.07.13
마음의 행로  (0) 2024.07.12
밤비  (0) 2024.07.10
이젠 삶에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0) 2024.07.09
로마의 눈물  (0) 2024.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