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계절 어느 거리에서 서성일 너를 생각하면 가슴 아프다
너는 지구 반대편 어느 도시에서 나처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지
나를 애처로워하고 있겠지
우리는 그래서 타인이지만 늘 맞닿아 있단다
가까이 다가가면 멀어지는 그림자처럼
마주 볼 수가 없어서 아쉽지만 그래서 애타게 그리운 것 아니겠니
오늘도 낯선 거리를 헤매는 너를 사랑한다
우리가 사는 평생이 길다고는 하지만 지나고 나니 촌음 같다
어느 짧은 봄날 아지랑이나
여름 한복판에서 갑작스레 만난 소나기를 사랑할 수 있겠니
그럼 됐다
잘 산거다
어차피 다 사라져 잊어져 갈 인생이다
오늘도 바삐 팬 케이크 한 조각 먹고 올라탄 고속도로에서
질주하는 사람들의 행렬을 본다
어디로들 가는 걸까
무사히 다시 돌아는 오는 걸까
괜한 걱정을 한다
그렇게 일을 마치고 슈퍼에 들러 장을 보고 먹거리를 들고 늦은 저녁 귀가한다
반복되는 똑같은 행로 똑같은 여정이다
그렇게 어느 골목길을 돌아
돌아가는 너를 늘 상상한다
혼자 사는데 익숙해진 오늘
해진 소매처럼 펄럭이는 너와 나의 인생은 늘 등을 돌리고 있다
그렇게 헐거워진 우리 사이를 바람이 흔들고 지나간다
오늘도 먼발치에서 너의 부재를 본다
마치 곁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