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장미의 전쟁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7. 25. 04:59



평생 지지 않으려는 사람과
평생 한치의 양보없는 사람이 함께 살았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았다
서로 30년을 싸웠다
남보다도 못한 원수 같은 사이였다

서로 기진할 즈음 환갑의 나이가 됐다
이후로는 다시 이십 년을
소가 닭 보듯, 닭이 소 보듯 포기하고 무심하게 살았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전쟁
참으로 무참한 세월이었다

남자가 먼저 늙어 죽었다
장지에서 여자는 울지 않았다
오 년 후 여자도 늙어 죽었다
허망하게 둘 다 모두 바람에 뼈가루로 날아갔다
이들이 세상에 와서 한 일은 싸운 일뿐이었다

서로 지지  않으려는 오만과 고집은 집요했다
잘못된 인연은 그토록 처참했다
죽어도 만나면 안 되는 인연이 었다

어떤 사람은
이것을 사랑이라고도 했다
아니다,
이것은 전생의 업보(業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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