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유령의 시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11. 29. 14:58




그 시공들은 가짜였다
유령이 심어놓은 시간들이었다
허상의 세월이 칠십 년 팔십 년
백수로 가고 있지만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고 있을 뿐이다
이 밤도 허방이건만
그저 애쓰는 사람들은 가상의 세상을 모른 채 살고 있다
살고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세상이 무얼 하고 있는지 감조차 잡지 못한 채
손오공의 부처님 손바닥 같은 세계인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헤어짐도 허방
만남도 허방
신기루도 허방
도깨비도 허방
모두 다 유령이 심어놓은 허깨비 세상인데
놀아나는 인간들의 놀이판
그렇게 거대한 뮤지컬 한판이 공연되고 있다

바둑판같은 미로의 흑점처럼
집을 짓고 아이를 기르고 가상의 시간들이 존재한다
폼페이 폐허의 시간도
로마제국의 멸망도
히로시마의 핵폭발도
모두 가상의 연극이었다는 걸 깨닫는가

춘식이는 오래전에 오토바이 사고로 가상의 시간을 떠나 현실의 세계로 돌아갔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유령의 시간 속에서 울고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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