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볏집 태우는 냄새 / 김낙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5. 1. 20. 10:16








              볏집 태우는 냄새 / 김낙필


              가을겆이 끝나고 황량한 들녘에

              하얀 눈 내리고

              까마귀떼 이삭 줍는데

              감자밭고랑 홧톳불에 감자굽는 아이들

              몇 보인다

              그 중에 입주둥이 시커매 가지고

              히히덕 거리는 내 모습도 보인다

              시간은 어느새 이렇게 빌딩숲 사이에 있고

              벌판에도 곡식대신 아파트가 자란다

              아이들도 자라서 노인이 됐다

              어느 아침 잠자리에서 문뜩 볏집 태우는

              냄새를 맡는다

              여인의 화장품 냄새보다 더 향기로운 냄새

              세월의 냄새가 그렇다

              이제 남은 세월은 솔가쟁이 태우는 아궁이

              신세로 살아야지

              그렇게 솔방울 줍던 마음으로 나무꾼 지게를

              내려 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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