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볏집 태우는 냄새 / 김낙필
가을겆이 끝나고 황량한 들녘에
하얀 눈 내리고
까마귀떼 이삭 줍는데
감자밭고랑 홧톳불에 감자굽는 아이들
몇 보인다
그 중에 입주둥이 시커매 가지고
히히덕 거리는 내 모습도 보인다
시간은 어느새 이렇게 빌딩숲 사이에 있고
벌판에도 곡식대신 아파트가 자란다
아이들도 자라서 노인이 됐다
어느 아침 잠자리에서 문뜩 볏집 태우는
냄새를 맡는다
여인의 화장품 냄새보다 더 향기로운 냄새
세월의 냄새가 그렇다
이제 남은 세월은 솔가쟁이 태우는 아궁이
신세로 살아야지
그렇게 솔방울 줍던 마음으로 나무꾼 지게를
내려 놔야지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멸치똥 따주는 남자 / 김낙필 (0) | 2015.01.29 |
---|---|
애설 / 김낙필 (0) | 2015.01.21 |
미안해 / 김낙필 (0) | 2015.01.20 |
Prologue / 김낙필 (0) | 2015.01.19 |
겨울 여행 / 김낙필 (0) | 2015.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