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개 같은 일요일 / 김낙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5. 12. 6. 23:02

 



              개 같은 일요일

               

              신호등을 건너

              어린이 물 놀이장을 지나

              도서관 앞길을 지날무렵

              바삐 앞지르는 한 청년의 핸드폰 통화 내용이

              귀를 거칠게 파고든다

              "그러니까 되냐구 안되냐구 이 씹팔년아!

              그니까 문원카드로 되냐구

              아휴 답답아! 그래야 자릴잡지?

              지금 가고있는데 네가 좀 자릴 잡아 놓으라구

              씨발년아 왜 그렇게 말귀를 못알아 듣냐!

              아휴 이걸 확!

              그래야 자릴 잡을거 아냐! "

              바쁜 걸음이니 이내 내 앞에서 저멀리 멀어져 간다

              청년은 지금 자기가 엄청난 폭력을 행사하는줄 모른다

              받는 이도 그 폭력에 익숙해 있는듯

              통화는 계속 오고가고 있었다

              뉘집 자식인지 뭘 배웠는지 부모가 한심하고

              받는 그녀도 어떤 녀석인지 앞날이 훤히 보인다

              어떻게 그런 폭력에도 끄떡않고 대화를 이어갈수 있을까

              도서관에서 문서편집 작업을 하는 내내

              그 엄청난 폭력의 여운이 남아 속이 영 편치 않았다

              이 사회가 무질서하게 키워논 언어 폭력이다

              쓰는 이도 받는 이도 폭력인줄 모르고

              극히 정상적이고 실리적인 어휘로 생각하고 구사하는

              실용언어 쯤으로 생각하는

              문뜩 이들이 내 아들이고 내 딸이라고 생각하니

              참으로 끔찍하다

              아~ 우리의 배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기분 더럽고 개같은 일요일이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시의 나라 '미얀마' / 김낙필  (0) 2015.12.14
나는 간다 / 김낙필  (0) 2015.12.08
슬프고도 설레이는 길 / 김낙필  (0) 2015.12.06
길 / 김낙필  (0) 2015.12.06
숨 / 김낙필  (0) 2015.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