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일요일
신호등을 건너
어린이 물 놀이장을 지나
도서관 앞길을 지날무렵
바삐 앞지르는 한 청년의 핸드폰 통화 내용이
귀를 거칠게 파고든다
"그러니까 되냐구 안되냐구 이 씹팔년아!
그니까 문원카드로 되냐구
아휴 답답아! 그래야 자릴잡지?
지금 가고있는데 네가 좀 자릴 잡아 놓으라구
씨발년아 왜 그렇게 말귀를 못알아 듣냐!
아휴 이걸 확!
그래야 자릴 잡을거 아냐! "
바쁜 걸음이니 이내 내 앞에서 저멀리 멀어져 간다
청년은 지금 자기가 엄청난 폭력을 행사하는줄 모른다
받는 이도 그 폭력에 익숙해 있는듯
통화는 계속 오고가고 있었다
뉘집 자식인지 뭘 배웠는지 부모가 한심하고
받는 그녀도 어떤 녀석인지 앞날이 훤히 보인다
어떻게 그런 폭력에도 끄떡않고 대화를 이어갈수 있을까
도서관에서 문서편집 작업을 하는 내내
그 엄청난 폭력의 여운이 남아 속이 영 편치 않았다
이 사회가 무질서하게 키워논 언어 폭력이다
쓰는 이도 받는 이도 폭력인줄 모르고
극히 정상적이고 실리적인 어휘로 생각하고 구사하는
실용언어 쯤으로 생각하는
문뜩 이들이 내 아들이고 내 딸이라고 생각하니
참으로 끔찍하다
아~ 우리의 배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기분 더럽고 개같은 일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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