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계단
저 돌계단에 비스듬히 앉아
종일 빛바래기를 하는 여자
낮달처럼 희다
강 위로 달이뜨면 불면으로
새벽을 달려 태양처럼 타버리고
재는 천지사방으로 날린다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운명의 냄새
눈치채고 도망치는 누우처럼
끝내 비린 상처를 택한다
운명은 더럽게도 비열하고 처참해
천개의 꼬리를 가진 여우계단 앞에
다리꼬고 앉아서 파멸을 피우는 여자
달은 불멸의 계단에 내려앉고
바람은 그 무릎에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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