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피맛골에서 / 김낙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6. 3. 18. 11:23

 



                피맛골에서

                 

                어깨도 아프고

                옆구리도 시린 나이에는

                뭐든지 다 알고있어서 더 슬퍼진다

                오색등도 싫어지고

                무명천과 모시적삼에 손이가는

                어렵고 곤한 나이에는

                길을 나서기도 두렵다

                종로 뒷길 숨어 다니는 길모퉁이

                피맛골 시골집 장국밥 가마솥엔

                종일 선지와 뼈국물이 설설 끓어오르고

                문우들과 선술방 벽에 등을 기대고

                탁주한잔 들이키면 얼콰한 기운에

                골목길같은 회환과 그림자처럼 눕는 절애

                길 끄트머리에 시드는 꽃처럼

                오그라들고 사그러 드는데

                눕고 싶고

                울고 싶고

                숨고 싶어서 찾아드는 골목길

                피해 다니고 싶은 길

                피맛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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