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세월
키 큰 호용이는 가끔 어지럽다고 했다
애들은 키가 너무 높아서 피가 머리까지
도착하지 못해서 그렇다고들 했다
호용이는 가끔 물구나무를 서서 강제로
머리쪽으로 피를 공급하곤 했다
그래도 어지럼증은 별반 차도가 없어 보였다
키작은 상환이는 맞짱뜰때
늘 위를보고 주먹을 휘둘러야 했다
작은키가 그를 늘 날다람쥐처럼 날라다니게 했다
그렇게 키 큰놈들을 날라다니며 격파했다
오오사카에서 술집을 하면서도 그곳 야쿠샤 놈들에게
기죽지않고 대접받으며 장사했다고 한다
천상 쌈꾼 이였으니까 오오사카에서도 통한게다
어느새
키큰 녀석이나 작은 녀석이나 노인네가 되어간다
새처럼 날아서 키큰애의 턱을 날려버리던 상환이나
물구나무 서던 호용이나
지금은 손주 볼 나이가 됐으니 말이다
세월 앞에는 키 차이도 없다
이제 요양원에서 만날 날만 남았다
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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