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인간 종말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7. 24. 17:04

 

 

 

인간 종말

 


그들은 늙지 않을까
늙은 것들은 다 죽어버려야 돼
거추장스러운 소매처럼 어깨쯤에서 끊어내면 시원할까
그러나 완벽한 세상은 오지 않는다
노인들이 만든 세상이 학대받고 내몰리는 민주주의의 근본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조용히 죽는 법을 알려다오
너희는 평생을 안 늙고 살 것 같으냐
늙은이들이 나도 싫다
구차하고 변절자 같아서 싫다
그러나 한 시절의 징검다리였으니 썩어 문들어질 때까지
살고 있는 거다
목을 매거나, 농약을 먹으면 남은 식구들이 욕을 먹을 테니 그 짓도 못 한다
전철에서, 버스에서, 식당에서, 카페에서 눈치 보여서 요령껏 피해 가며 살지만
자꾸 늙은 것들은 사라져 줬으면 좋겠다고들 한다
너희들도 늙는다
업을 쌓고 살면 안 된다
벌 받는다

깨끗이 죽는 방법을 알려다오
구차한 삶이 이젠 지겹다
생목숨 끊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서
죽지 못해 사는 늙은이들 많다
부채질하지 마라
그렇잖아도 방법을 연구하고 있으니 봐다오

늙은 것들은 꼴도 보기 싫은 세상이 왔다
그런데 거리에는 노인들 뿐이니 어떡하면 좋으냐
죽여다오...

평생을 일만 하고 살았어요
일 손을 놓았더니 어느새
백발만 성성합니다
이걸 어떡합니까
죽으라고만 하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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