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내 가슴에 평생 노를 저으며 살고 있는 그 사람은
오늘도 부지런하다
꽃차를 만들고
꽃씨를 받고
고양이 밥을 주고
가지를 따서 무침을 하고
콩을 불려 콩국수를 만다
먼바다에서 올라온 회무침 한 접시가 빛이 난다
저녁놀이 붉어 심장이 뛴다
밤바다에 낚시를 드리우고 밤새 바닷소리와 말동무하던 사람
낚시꾼의 아내가 냄비라면을 끓여 총각무 김치와 함께 내 왔다
두런두런 얘기 나누다 돌아눕는 새벽
어느새 말매미 울고
또 어떤 어떤 시작이다
재 작년 뭍으로 떠난 친구가
돌아왔다
웃음기 가신 멋쩍은 얼굴로
손을 내민다
주먹 인사를 했다
섬 그늘에 앉아
먼바다를 보다가
문뜩 그 사람이 그리워졌다
내일은 뭍으로 가는 배를 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