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아버지가 운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8. 2. 21:21

 

 

 

아버지가 운다

 


창밖 나리꽃을 보는 눈가에 물빛이 보인다
아버지가 운다
"어디 아프세요?"
"아니다 눈에 티끌이 들어갔나 보다"
"어디 봐요"
"아니다 이제 괜찮다"

드라마 보시다 울고
창밖 빗줄기를 보다 울고
기우는 햇살에도 우신다
엄마 떠나신 후부터다
혼자되신 게 너무 슬픈 게다
누구나 다 혼자되게 마련인데
유독 외로움을 타신다

자식이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잡채 해 드릴까요"
"감자전 부쳐드릴까요"
"자장면 드시러 가실래요"
"돈가스 드시러 가요"
"소불고기 먹으러 가요"

"아니다, 생각 없다ᆢ"
"됐다, 누룽지나 끓여다오ᆢ"
"귀찮게 뭐하러 나가니"
"있는 밥에 김치 하나면 됐지ᆢ"

아버지가 혼자 잘 우신다
이유가 뭔지는
내가 그 나이 돼서야 알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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