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적막한 사람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3. 1. 6. 02:01



나는 장사꾼의 아들이다
몇 대 위 조상들은 농부였다
우연히 대처로 이사와 도시에서 살게 된 후 나는 문명의 이기를 알게 됐다
비행기도, 기차도, 자동차도 처음 보게 됐다

운이 좋아 최고 학부를 졸업했지만
실력은 중하위권으로 두각을 나타낼 재능은 겸비하지 못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 그렇게 살다가 중동도 다녀오고 IT 회사도 꽤 오랫동안 다녔다

불혹의 나이를 지나
우연히 알게 된 시 모임에 나가면서 시인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글을 쓰게 됐다
원래 좋아하는 취미는 사실 그림 그리기 였다
그럭저럭 반평생 글을 쓰다 보니 엉겁결에 시인이란 명찰을 달게 됐다

노후에는 마약처럼 글에 중독되어 한 몸이 됐다
요즘에는 하루에도 몇 편의 글을 짓는다
글이 양식이고 자양분이 된 셈이다
글짓기는 그렇게 나를 살게 하는 원천이고 원동력이 됐다

어두운 길목에서 죽을 나를 살려낸 글쓰기는
생명의 은인이 된 셈이다
남은 生은 부디 부박한 삶을 넘어 적멸에 들기를 원한다
그때는 비루한 육신이 안온하고 가벼워지기를 소원한다

가슴 깊이 가시 따위는 품지 않고
詩에 의지해 살았으니 천행이다
온 듯 간 듯 자취 없이 스러져 가기만을 원할 뿐이다
詩야, 너로 인해 정녕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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