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병으로
두 해동안 못 만난 친구들이 모처럼 모였다
눈가에 주름들이 많이 늘었다
말도 어눌해 지고
기력들도 많이 쇄했다
늙는 줄도 모르고 까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많이 쪼그라 들었다
점점 더 늙어가고 있다
시간이 얼마 없다는 핑게로
매달 만나기로 결정했다
당구 게임도 하고
반주에 식사도 하면서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는 일이
이렇게 중요한 만남이 될줄 몰랐다
여기도 아프고
저기도 고장나고
연식이 오래되어 유통기간을 지나다보니 성한 곳이 별로 없다
움직일 수 있고 정신 멀짱할 때 자주 보자는 의견이 현실적인 논리다
매달 4째주 2시에 '송내'에서 만나서 당구도 치고
저녁 무렵되면 함께 식사하러 간다
8시쯤 소맥에 해물탕에 얼콰해지면
아쉽지만 다음에 만나기로 하고 뿔뿔이 다시 흩어진다
전철로 버스로 뚜벅이로 각자의 보금자리로 돌아간다
늙어서 친구란
유일한 위안 이다
늙은이가 동심으로 돌아갈수 있는 마법의 시간이다
생물은 다 늙는다
인간은 늙는다는 것을 모른채 살아가다가
한 순간 아차 싶게 늙어있는 나를 본다
그땐 이미 물 건너 간거고
버스도 지나간 거다
젊음은 잠깐동안 머물다 휙~하고 졸지에 가버리는 바람같은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