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겨울연가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3. 4. 13. 08:13



누워서 창밖의 설국을 본다
천상이다
창가에 쌓이는 백설은 솜사탕처럼 달콤해 보인다
붉은 몸의 그대가 보인다

이곳의 눈은 쌓이는 것이 아니라 달라붙는다
나뭇가지든 창틀이든 보닛이든 얼굴이든 무조건 달라붙는다

삼나무숲이 온통 눈으로 뒤 덮였다
길도 사라지고 집도 사라지고 사람도 사라졌다
이쪽을 바라보는 사슴 한 마리 설원에 서 있다
나도 그쪽을 마주 보며 서 있다

네가 떠난 하루 하루가 지겨웠다
지루했다
비참했다
세상이 눈 속에 잠들어 버리기를 원했다
12월의 어느 날 창가에 가만히 누웠다 무덤처럼
눈 속에 묻혀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눈바다의 수평선이 푸른 눈에 들어온다
레일 구르는 소리가 점점 멀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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