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지 않았다
눈물이 그렁그렁 했지만
눈 안에 눈물을 가둬 두려고 애쓰며 살았다
운명이라는
이미 정해진 길을 묵묵히 걸어왔다
인내하는 일은 힘겹기도 하지만
묘한 질감도 있다
참아냈다는 다크 한 쾌감 같은
한바탕 쏟아내듯 울고 나면 풀릴
그런 상처들을 껴안고 산다
울면 안 된다
누구든 보면 안 된다
들키면 안 된다
먼 나라에서 전갈이 왔다
울러 오라고
울 곳이 있다고
눈 안에 가둬둔 눈물을 펑펑 쏟아낼
언덕이 필요하다
그렇게 넓고 너른 호수를 만들 테다
그리고 배를 띄울 테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호수 안에서
보이지 않는 날마다 울테다
그렇게 호수를 채울 것이다
운명이란
쓸어져 가며 다시 일어서는
한 편의 소설을 닮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