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방랑벽 / 김낙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6. 10. 16. 10:30

 



                  방랑벽

                   


                  출국장에서 반나절

                  입국장에서 반나절 그렇게 앉아

                  드립커피 다섯잔이면 공항의 하루해도 저문다

                  수천명의 가방을 눈에 담고

                  수만 걸음의 발자국 소리에 귀 기우린다

                  가슴에 담는 것은 이국에서 묻혀온

                  수백 나라의 체취

                  아라비아의 사막 향기

                  그린란드의 얼음 냄새

                  필란드 통나무집 자작나무 태우는 향기

                  아프리카 코끼리 똥 냄새

                  나는 이 저녁 이 향기들을 몽땅 집으로 데려가

                  밤새 꿈같은 여행을 할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엔 여지없이 짐가방을 꾸릴것이다

                  바오밥 나무야 안녕

                  맹그로브 숲이여 안녕

                  개코원숭이 너도 그때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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