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칼에 맞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7. 9. 13. 14:18

 



                  칼에 맞다



                   

                  충무공은 총에 맞았다

                  임꺽정은 활에 맞았다

                  나는 칼에 맞았다

                  예리하지 못해서 둔탁한 칼은

                  나를 망치에 맞은 것처럼 부쉈다

                  나는 부숴져 흙이 되었다

                  나는 상사화를 키웠고 홍매를 피웠다

                  내 애인은 내 몸뚱이에 오줌을 누었다

                  나는 거름이 되어 단 참외를 키웠고 수박을 키웠다

                  내가 왜 칼에 맞았을까

                  내 사부는 자객이었다

                  나는 정육점, 가정집, 사시미집을 돌며

                  칼 가는 천민이다

                  사채돈을 쓰고 도망다니다 양아치에게 잡혀

                  내 칼에 맞았다

                  하와이로 도망 못간게 화근이다

                  이제 불치병 내 아이도 병원비가 없다

                  내가 죽으면 사채도 못 쓴다

                  칼도 못 간다

                  칼 맞을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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