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에 맞다
충무공은 총에 맞았다
임꺽정은 활에 맞았다
나는 칼에 맞았다
예리하지 못해서 둔탁한 칼은
나를 망치에 맞은 것처럼 부쉈다
나는 부숴져 흙이 되었다
나는 상사화를 키웠고 홍매를 피웠다
내 애인은 내 몸뚱이에 오줌을 누었다
나는 거름이 되어 단 참외를 키웠고 수박을 키웠다
내가 왜 칼에 맞았을까
내 사부는 자객이었다
나는 정육점, 가정집, 사시미집을 돌며
칼 가는 천민이다
사채돈을 쓰고 도망다니다 양아치에게 잡혀
내 칼에 맞았다
하와이로 도망 못간게 화근이다
이제 불치병 내 아이도 병원비가 없다
내가 죽으면 사채도 못 쓴다
칼도 못 간다
칼 맞을 일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