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기행
쿠바의 석양이 사랑을 빨아들이고
이별을 내치고
얼굴이 얼굴들을 숨기고
노을에 빠지면
교활한 늑대의 저녁
거기는 천상의 식탁 위에 만찬
이리들의 천국에서 사람이 연애를 하지
쿠바의 밤거리는 살벌해
붉은빛과 욕정이 난무해
허나 아무것도 두렵진 않아
죽음 위에 아편꽃처럼
춤사위에 사라지는 밤
그날 무진이가 울었어
대단한 것을 깨우친 것처럼
약하디 약한 것ᆢ
역사하신 분들의 고향
독수리 먹이처럼 순교하신 자
부활의 눈처럼 빨간 밤
그대의 짝은 뚱뚱한 여우
아바나의 검은 태양
발이 켜는 비올라 음률 사이로 별은 지고
역사는 이루어지고
굳게 닫는 성문
너는 거기
나는 여기